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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니 생각이겠지! 단편글





































 조금의 꾸밈이나 과장도 없이 솔직하게 말하건데, 그녀와는 처음 봤을 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았다. 훤칠한 키 때문에 매끈하게 뻗은 몸매라던가, 그런 주제에 또 불공평할 만치 큰 가슴 사이즈 같은 피상적인 요인에 기초한 질투심이나 시기심이 결코 아니었다.
 난 그녀라는 사람 자체가 싫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성격에 결함이 있어 내가 그녀를 싫어하느냐? 그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녀가 지하철 의류점에서 파는 9,900원 짜리 옷을 아무거나 가져다 입혀놔도 태가 사는 몸매를 가졌고, 또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들에게도 모종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수려한 외모를 가진 콧대 높은 여자라는 건 인정. 인간이란 생물이 본디 너무 많이 가지게 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자연스럽게 깔보게 되는 본성이 있으니 만큼 그녀 또한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도도하거나 혹은 필요 이상의 나르시시즘으로 주변 사람들을 고통받게 하는 성격을 가졌지 않을까 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그녀는 그런 부정적인 요소들과는 철저히 대조적인 인간상이었다. 아니, 되려 그런 좋지 않은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을 알아서 떠나보내는 데에 도가 튼 건 내쪽이리라 생각한다.
 그녀는 호방하고 유쾌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주변엔 늘 친한 척을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여럿 꼬여 들었다. 워낙 성격 자체가 유순하고 탈 없이 완만한지라 뒤에서 뒷담화나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일도 극히 드물었다. 앞에선 아무 말도 못하면서 뒤에만 가면 호박씨 까느라 정신 없는 애들에게 있어서도 그녀는 선망의 대상 혹은 워너비였으니까.
 장담하건데, 되려 내가 더 까였으면 까였으리라 생각한다. 실제로 나와 같은 교실에 있으면서도 날 힐끔힐끔 훔쳐보며 뒷담화를 쳐대던 애들과 눈이 마주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란 말은 즉슨, 내가 없는 곳에선 이 사태가 얼마나 더 극심하고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외양적으로도 인격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그녀를 내가 싫어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집에 가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내 결함 많고 부족함 많은 성격에 기원하고 있었다.
 내가 워낙 성격이 모나고 인격적으로 덜 성숙한데다가 까탈스럽기 까지 해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 스스로가 인정해 마지 않는 친구는 단 한 명 뿐이었는데, 그 한 명 뿐인 친구가 그녀와 늘 함께 다니며 웃고 떠들고 나보다도 더 친밀한 우정을 과시하는 꼴이 말 그대로 눈꼴시러워 불편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고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있어 잔인할 만큼 객관적인 태도를 지녔던 와이스도,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질투라는 사실 만큼은 끝끝내 인정하지 못했다.


























 "…와이스?"
 피라는 다소 걱정스런 눈빛으로 맨 뒷자리에 앉은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골몰히 내면의 생각에 잠긴 듯 깍지 낀 양손으로 입술과 코를 가리고 있었던 와이스에게 살펴볼 수 있는 표정의 일부라곤 눈 밖에 없었는데, 눈빛이 정말 레이저라도 나갈 것처럼 이글거리며 불 타오르고 있는 게 영 상태가 불안해보였다. 피라는 살짝 당혹해하며 다시 한 번 와이스를 불렀지만, 그녀의 눈빛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고 또 누군가의 목소릴 들을 여유 또한 없어 보였다.
 무슨 일인가 싶어 와이스의 시선 끝에 매달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칠판 왼편 정도가 돼보였다. 자세히 살펴볼 것도 없었다. 그곳에서 서로 웃고 떠들며 친밀함을 과시하고 있는 양과 루비를 발견한 순간 피라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했다는 듯 쿡,하고 작게 웃음소릴 냈다.
 또 무슨 일인가 했네…. 와이스가 평소 그 둘의 관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던 모습이야 늘 봐왔던 장면이었기에 피라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와이스의 책상을 가볍게 주먹 쥔 손으로 톡톡 두들겼다.
 "와이스, 점심시간이야. 밥 안 먹어도 되겠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와이스가 '어?'라며 눈을 몇 번 깜빡, 방금 전만 해도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고 있던 눈빛엔 조금의 당혹함이 서려 있었다. 피라가 옆에 있는지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모양이다. 와이스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해보더니 다소 부산스런 움직임으로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잠시 머뭇.
 피라는 그녀가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
 "급식실 같이 갈래? 나도 아직 못 먹었어."
 "응? 그래 뭐…."
 와이스는 퉁명스럽게 있다가,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피라와 함께 교실을 떠나기 전, 다시 한 번 슬그머니 고갤 돌려 교실 앞쪽에 시선을 향했다. 여전히 둘은 즐겁게 웃고 있었다.




























 "양(Yang) 어때?"
 "뭐?"
 별안간 난데 없는 질문에 와이스가 고갤 들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피라가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에서 이쪽을 향한 그녀의 눈동자가 살짝 부담스러워 와이스는 먼저 시선을 피해버리고 말았다. 피라는 계속 급식판만 보고 맀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어지간히 지겨울 법 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급식판 위로 돌아가는 걸 보아하니 마냥 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점심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기에 급식실엔 유달리 다른 사람들이 없었고 밥은 살짝 식어 있었다. 와이스는 아까부터 깨작거리기만 하는 게, 암만 봐도 밥 먹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피라는 눈웃음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양 샤오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어, 와이스."
 뜬금없이 뭘 묻는거야 쟨.
 와이스는 순간이나마 눈동자를 위로 데록 굴려 피라와 시선을 맞췄지만 그러길 무섭게 다시 감았다 뜨며 급식판 위로 내려버렸다.
 "그냥 뭐…"
 와이스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애꿎은 반찬거리만 포크로 쿡쿡 쑤시고 휘저어댔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미처 머릿속에 들지 않았던 건, 안 그래도 양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찮게도 그 생각의 불씨를 예리하게 콕 집어 물어오는 피라에게 놀라서였다.
 "그냥 뭐?"
 "그냥, 좋지 뭐…. 성격 좋고, 예쁘고."
 피라는 작게 웃더니 턱을 괴었다.
 정말 솔직하지 못하구나. 진심이라곤 요만큼도 없는 저 억지스러운 반응이란….
 "그래? 난 양보다는 와이스가 훨씬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
 와이스가 순간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피라를 쳐다보았다.
 "너 낯 간지러운 소릴 참 잘도 하는구나."
 와이스는 민망해했지만 피라는 조금도 그렇지 않다는 듯 눈웃음을 내지었다.
 "혹시 본인이 너무 못하는거란 생각은 안 해봤어? 칭찬을 듣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잖아."
 그녀가 무슨 소릴 하려는건지 몰라 와이스는 우선 대답을 하지 않았다. 계속해 눈을 마주치는 게 더 낯부끄러운 일이 돼버리자 이번에도 급식판을 포크로 휘적휘적거리기 시작. 그러나 피라가 지금 자신에게 해주려는 말이 무엇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피라는 한동안 말이 없는 와이스를 웃으며 보다가, 평소라면 결코 하지 않을,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 얘길 슬그머니 꺼냈다.
 "음… 하긴. 생각해보니까 양도 예뻐.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워낙 좋다보니 주변에 친구들도 많고. 솔직히 양 만큼 예쁜 애들이야 있을지 몰라도 양 만큼 몸매 좋은 애들이 그렇게 흔하진 않으니까. 또 그렇게 예쁜 애들 중에 그렇게 성격 모 나지 않고 둥글한 애들은 난 정말 본 적이 없어. 와이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렇게 인기 있을만 하다고 생각해."
 "으응…. 맞아."
 아아, 국어책 읽는다 쟤. 그래도 의외로 잘 참네.
 피라는 선량하게 웃는 얼굴로 짖궂은 생각을 했다. 결정타가 될만한 말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맘에도 없는 소릴 했다.
 "그러고보니 요즘 루비랑 같이 다니는 것 같던데, 난 루비보다는 양이 훨씬 예쁘다고 생각…"
 시시각각 붉으락 푸르락 변하는 얼굴색으로 경청하고 있던 와이스는, 그쯤되자 더이상 참치 못하고 포크 끝이 휠 만큼이나 세게 급식판 위에 쾅 내리찍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건 니 생각이겠지! 그 년은 루비 발 끝에도 못 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극단적인 반응에 피라는 놀란 다람쥐처럼 커진 눈동자를 두어 번 깜빡였다.
 "어,으응…. 그,그렇지."
 "그리고 너!! 그렇게 안 봤는데 남 얘기하고 험담하는 거 좋아하나봐? 미안한데 난 그런 일엔 관심 없고, 또 그런 일 취미 삼는 애한테도 관심 없거든? 아는 척 하지 마 이제. 알았어?"
 와이스는 째릿 흘기더니, 제 급식판만 들고선 미련 없이 뒤돌아서서 식기세척기가 있는 곳을 향했다. 피라는 뒤늦게야 정신을 수습하고선, 맥 빠지는 웃음소릴 냈다.
 "아하하, 미움 샀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피라는, 와이스가 훗날 루비와 양이 사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이복자매라 그렇게 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하필 또 종례를 끝마치고 교무실에 잠시 갈 일이 생겨 기대도 안했지만, 뭔가 잘 풀리기라도 할 날이었는지 뒤늦게 텅 빈 교실에서 책가방을 꾸리고 나와보니 지척에 루비가 있었다. 와이스는 작게 헛기침을 내 목소리를 가다듬고선 그녀에게 한발자국 한발자국 걸음을 옮겨 다가갔다.
 그런데, 오늘도 어김없이 반짝거리며 나타나 루비의 목덜미 위로 어깨동무를 하는 그 빌어먹을 훼방꾼.
 와이스의 얼굴은 더이상 표정관리를 하지 못하고 사정 없이 짙게 구겨졌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양 샤오롱, 저 여우년.
 루비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양과 함께 보폭을 맞추어 걷기 시작했고, 와이스는 여느때라면 늘 그랬듯이 발걸음을 되돌려 집으로 향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와이스는 오늘 만큼은 그 무수히 반복돼왔던 시나리오를 깨고 샘통이 난 얼굴로 휘적휘적 걸음을 옮겨 단숨에 루비와 양의 지척에 이르렀다. 가까이 가면 갈수록 그들이 두런두런 얘길 나누는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렸지만, 그것은 흥분할대로 흥분한 와이스의 귓등에도 닿지 못했다.
 루비는 한창 양에게 오늘 친구와 있었던 이야기를 하느라 방실방실 웃고 있어 어깨 너머의 일은 커녕 주변의 일을 살필 겨를도 없는 듯 했다.
 "그래서 걔가 나한테 뭐라고 했냐면, 두번 다시-어으아?!!"
 루비는 난데없이 제 몸이 뒤쪽으로 확 쏠리자 이상한 비명소릴 내며 한 번 크게 휘청거거렸다. 출중한 운동신경을 타고난 양이 순간적으로 루비를 다시 제쪽으로 훽 끌어당기며 뒤를 보자, 그곳엔 꽤나 심기 불편해보이는 얼굴 표정을 하고 있는 와이스가 루비의 팔목을 붙들고서 서있다.
 "……?"
 와이스랑은 같은 반인데다가 루비와 같이 다니는 일도 종종 봤기에 양은 경계를 살짝 풀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와이스는 다시 힘을 줘 루비를 콱 잡아당겨 제 옆에 오게끔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양은 의아해하는 와중에도, 어색하게나마 웃으며 인사했다.
 "어안녕, 와이스? 집 가나봐?"
 "……."
 대답은 없다. 이쪽을 불 같이 노려보는 와이스의 시선이 다소 따갑다고 느껴질 때 즈음, 양은 와이스의 심기가 불편해보이는 지금 이 순간 그녀의 신경을 건드려 좋을 게 하나도 없을거라 생각하며 호의적으로 웃었다.
 "하하, 괜찮으면 같이 갈…"
 "아니? 됐어. 너 혼자 가."
 와이스는 마치 그것말고 네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는 것 마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혹해하던 루비와 함께 몸을 돌려버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쪽을 꿰뚫어볼 듯 살기등등한 안광을 내뿜으며 째릿, 바라보는 그 시선에 양은 저도 모르게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그,그래…."
 와이스의 기분이 워낙 좋지 않아보였기에 루비는 불안했는지 살려달라는 듯 그녀의 이름을 외쳤지만, 양은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손을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들이 교정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 난 뒤에야 집에 가려고 몸을 돌린 양은, 그러나 한 걸음도 채 옮기지 못하고서 발걸음을 멈췄다.
 "뭐야…. 언제부터 있었어?"
 피라가 어깨를 으쓱했다.
 "같이 갈래?"
 양은 안 그래도 돌아가는 길이 적적해진 마당이었기에 생각하지도 않고 고갤 끄덕였다. 아니, 정확히는 지금 양은 그것 말고 방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거의 모든 신경을 할애하고 있었기에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양은 골똘하니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이내 몇 걸음 옮기지도 않고 피라에게 넌지시 물었다.
 "야, 와이스 있잖아."
 "응, 맞아."
 피라는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곧바로 수긍을 표했다.
 "으응?"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다고 했어 양. 너랑 루비가 같이 있을 때 와이스 표정이 어떤지 네가 한번도 못 봐서 그래."
 그제서야 양은 풉, 웃음을 터뜨렸다. 그 뒤로 피라의 어깨를 부여잡고 눈물 쏙 뺄 만치 한바탕 웃은 뒤 이어 말했다.
 "어쩐지! 그냥 말을 하면 될 걸 가지고…. 오해할 뻔 했네 난."
 "워낙 자존심이 세서 그래. 네가 이해해줘."
 피라는 오늘 급식실에서 와이스에게 미움 받게 된 그 사건을 양에게 들려주었고, 금새 둘 사이엔 다소 요란스럽지만 유쾌한 이야기꽃이 피었다.
 봄의 어느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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